왜 필라테스 호흡은 복직근이 아니라 복횡근을 깨워야 할까
왜 필라테스 호흡은 복직근이 아니라 복횡근을 깨워야 할까
필라테스 수업에서 강사가 "배에 힘 주세요"라고 하면, 대부분 자연스럽게 윗몸일으키기 할 때처럼 배를 딱딱하게 만든다. 근데 그게 필라테스가 원하는 방식이 아니라면? 왜 필라테스는 굳이 복직근이 아니라 복횡근이라는, 이름도 낯선 근육을 콕 집어 깨우라고 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겉근육인 복직근을 조여봤자 척추를 안에서 잡아주는 근육은 따로 있고, 그게 복횡근이기 때문이다.

무투의 이야기
허리가 뻐근해서 필라테스를 시작했는데, 처음 몇 주는 강사가 자꾸 "배꼽을 척추 쪽으로"라고 하는 말이 무슨 소린지 하나도 이해가 안 갔다. 그냥 배에 힘주는 거 아닌가 싶어서 계속 복근에 힘만 줬다. 나중에야 그게 완전히 다른 동작이라는 걸 알았고, 방식을 바꾸고 나서는 허리가 좀 편해진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그게 순전히 호흡 덕분인지는 사실 확신이 안 선다.
복직근에 힘주는 것과 복횡근을 쓰는 것, 뭐가 다른가
복직근은 흔히 '식스팩'이라 부르는 그 근육이다. 몸통을 앞으로 굽히거나 윗몸일으키기를 할 때 주로 쓰이고, 배 표면 바로 아래 세로로 길게 뻗어 있다. 반면 복횡근은 그보다 훨씬 안쪽, 배 옆구리를 감싸듯 가로로 둘러진 근육이다. 흔히 '코르셋 근육'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 있다. 실제로 코르셋을 조이듯 몸통을 안에서 감싸며 압력을 만드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 두 근육은 하는 일 자체가 다르다. 복직근은 굽히는 힘을 낸다. 복횡근은 굽히는 힘이 아니라 척추 마디마디를 안정시키는 압력을 만든다. 비유하자면, 복직근이 몸을 접는 경첩이라면 복횡근은 그 경첩이 흔들리지 않게 잡아주는 뼈대 같은 존재다. 필라테스가 재활 운동에서 출발했다는 걸 생각하면, 왜 이 운동이 굽히는 힘보다 안정시키는 힘에 더 집중하는지 이해가 간다.
흔한 오해가 바로 이 지점에서 생긴다. "배에 힘주세요"라는 말을 듣고 배를 빵빵하게 부풀리거나 반대로 아랫배를 꽉 조이며 숨을 참는 사람이 많다. 근데 그건 복직근을 쓰는 방식이지, 복횡근을 깨우는 방식이 아니다. 복횡근은 오히려 배가 크게 움직이지 않아도, 옆구리와 허리 쪽에서 은근하게 조여드는 느낌으로 작동한다. 겉으로 보기엔 큰 차이가 없어 보여서 강사 설명만으로는 감이 잘 안 오는 경우가 많다.
왜 필라테스는 굳이 이 안쪽 근육을 목표로 삼을까
허리 통증이 있는 사람들 상당수가 겉근육은 멀쩡한데 속근육이 약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는 꽤 알려져 있다. 척추를 감싸는 안쪽 근육들, 그러니까 복횡근과 다열근 같은 근육이 제대로 일을 안 하면, 몸은 대신 겉근육에 의존하게 된다. 문제는 겉근육이 이 일을 오래 하면 피로가 쌓이고, 오히려 허리에 부담이 더 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재활의학이나 물리치료 영역에서는 오래전부터 코어 안정성과 복횡근의 관계를 다루는 연구들이 이어져 왔다. 물론 이런 연구들이 특정 수치로 "몇 퍼센트 개선됐다"는 식으로 딱 떨어지는 답을 주는 건 아니다. 다만 척추 안정성을 이야기할 때 복횡근이 핵심으로 언급된다는 흐름 자체는 꽤 일관되게 나타난다.
필라테스가 이 흐름을 자기 운동 철학의 뼈대로 삼은 것도 그래서다. 조셉 필라테스가 처음 이 운동을 만들 때부터 강조한 게 '파워하우스'라는 개념인데, 이게 결국 복횡근을 포함한 몸통 안쪽 근육들을 가리킨다. 다시 말해 필라테스라는 운동 자체가 겉근육 키우기보다 안쪽 근육 깨우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뜻이다. 이걸 모르고 필라테스를 그냥 스트레칭이나 코어 근력 운동 정도로만 생각하면, 정작 이 운동이 왜 호흡을 저렇게 강조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럼 실제로 복횡근은 어떻게 깨우나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이 이른바 '늑골 호흡'이다. 배를 부풀리는 배호흡이 아니라, 갈비뼈 옆쪽과 뒤쪽을 옆으로 넓히듯 숨을 들이마시는 방식이다. 숨을 들이마실 때 갈비뼈가 양옆으로 벌어지는 느낌, 숨을 내쉴 때 그 갈비뼈가 제자리로 돌아오면서 아랫배 안쪽이 자연스럽게 조여드는 느낌이 핵심이다. 말로 설명하면 복잡한데, 처음 해보면 다들 "이게 뭐가 다르지" 싶어한다. 그게 정상이다.
연습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누워서 무릎을 세우고, 갈비뼈 양옆에 손을 얹는다. 숨을 들이마시며 손이 옆으로 밀려나는 걸 느낀다. 숨을 내쉴 때는 배꼽을 등 쪽으로 살짝 끌어당기는 느낌으로,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내쉰다. 이때 배를 납작하게 만들려고 힘으로 누르면 안 된다. 그건 복직근을 쓰는 거지, 복횡근이 스스로 조여드는 게 아니다. 힘을 주는 게 아니라 숨이 빠져나가면서 자연스럽게 딸려오는 느낌, 이게 계속 강조되는 이유다.
사실 이 감각을 처음부터 정확히 느끼는 사람은 드물다. 강사가 손으로 옆구리를 짚어주면서 "여기가 눌리는 느낌"이라고 알려줘야 겨우 감이 오는 경우가 많고, 혼자 유튜브 영상만 보고 따라 하면 결국 배에 힘만 주다 끝나는 경우도 흔하다. 급하게 며칠 만에 되는 감각이 아니다.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아 이거구나" 하고 느껴지는 때가 오는데, 그게 사람마다 시점이 다 다르다.
일상에서는 이 호흡을 어떻게 써먹나
이 호흡법이 매트 위에서만 쓸모 있는 건 아니다. 무거운 물건을 들 때, 계단을 오를 때, 오래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설 때, 순간적으로 이 안쪽 근육을 살짝 조여주는 습관을 들이면 허리에 실리는 부담을 조금 덜어줄 수 있다는 얘기가 자주 나온다. 물론 이게 허리 통증을 완전히 없애주는 만능 해법은 아니다. 다만 몸통을 안에서 받쳐주는 감각을 평소에도 쓸 수 있게 되면, 운동할 때뿐 아니라 일상 동작에서도 도움이 될 여지가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흔히 하는 오해 하나 더. 복횡근을 깨웠다고 해서 복직근 운동이 필요 없어지는 건 아니다. 둘은 하는 역할이 다를 뿐이지 우열 관계가 아니다. 복직근은 몸을 굽히고 움직이는 힘을 낸다. 복횡근은 그 움직임이 일어나는 동안 척추가 흔들리지 않게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자동차로 치면 엔진과 서스펜션 같은 관계랄까. 둘 다 있어야 제대로 굴러간다.
호흡만으로 허리 통증이 다 낫는다는 식의 기대는 하지 않는 게 맞다. 통증의 원인은 사람마다 다르고, 자세 습관이나 다른 근육 불균형이 얽혀 있는 경우도 많다. 다만 몸통을 안정시키는 감각 자체를 익혀두면, 다른 운동을 할 때도 척추에 무리가 덜 가는 방식으로 힘을 쓰게 될 가능성은 있다. 하버드 헬스 쪽 자료에서도 코어 안정성 운동을 허리 건강 관리의 한 축으로 다루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언급되는 코어가 겉근육보다는 이런 속근육 쪽에 가깝다.
궁금한 점
그럼 윗몸일으키기 같은 복직근 운동은 아예 안 해도 되나요?
그렇지는 않다. 복직근도 몸통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근육이고, 필라테스 동작 중에도 복직근을 쓰는 움직임이 많다. 다만 필라테스 호흡에서 강조하는 건 움직임 이전에 몸통을 안정시키는 감각이고, 그게 복횡근이라는 이야기다. 복직근 운동을 하더라도, 그 전에 복횡근으로 몸통을 살짝 잡아주는 감각을 먼저 익혀두면 움직임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허리에 통증이 있다면 운동 방식을 바꾸기 전에 전문의나 물리치료사와 상담해보는 게 안전하다.
관련 태그 필라테스호흡 복횡근 코어안정성 허리통증 늑골호흡 파워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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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rvard Health Publishing
· NIH (미국 국립보건원)